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고자질’에 ‘고자’가 들어간 이유는?

by Baejjange3 2025. 6. 10.

 

 

고자질, 그 어원과 숨겨진 이야기

일상에서 “고자질하지 마!”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친구 사이, 학교, 직장, 심지어 가족 사이에서도 남의 비밀이나 잘못을 윗사람이나 제3자에게 일러바치는 행동을 두고 흔히 ‘고자질’이라고 하죠. 그런데, 이 익숙한 단어에 왜 ‘고자’가 들어가는지 궁금해본 적 있으신가요? 오늘은 ‘고자질’의 어원과 그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파헤쳐보겠습니다.


‘고자질’의 뜻

국어사전에서 ‘고자질’은 “남의 잘못이나 비밀을 일러바치는 짓 또는 행동”으로 정의됩니다. 일상에서는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죠. 누군가의 실수나 비밀을 몰래, 또는 일부러 다른 사람에게 알려 문제가 되게 만드는 행동을 일컫습니다


‘고자’의 정체는?

‘고자질’이라는 단어에서 ‘고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크게 두 가지 설로 나뉩니다.

1. 한자 ‘고자(告者)’ 설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은 ‘고자’가 한자 ‘고할 고(告)’와 ‘놈 자(者)’를 쓴 ‘고자(告者)’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즉, ‘알리는 사람’, ‘말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과거 제사를 지낼 때 집사자의 말을 다시 크게 전해주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고자’라고 불렀고, 여기서 ‘고자질’이라는 말이 유래했다는 해석입니다

이처럼 ‘고자질’은 본래 ‘알리는 사람의 행동’에서 출발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남의 비밀이나 잘못을 일러바치는 부정적인 의미로 굳어졌습니다.

2. 내시(환관) 설

또 다른 흥미로운 설은 ‘고자’가 내시, 즉 생식기가 불완전하거나 없는 남성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입니다. 조선시대 내시들은 궁중에서 임금에게 여러 소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들이 임금에게 있는 말 없는 말을 전했다는 데서 ‘고자질’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것이죠. 실제로 내시들은 스트레스를 수다로 푸는 경향이 있었다는 역사적 기록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설은 언어학적으로 확실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습니다. 한자 표기상 ‘고자질’의 ‘고자’는 ‘고자(告者)’로 기록되는 경우가 많아, 내시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3. 창고 관리인 ‘고자(庫子)’ 설

조선시대 관청이나 군영의 창고를 관리하던 하급관리인 ‘고자(庫子)’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들은 창고의 재산을 수시로 보고하고, 변명이나 하소연을 자주 했기 때문에 ‘고자질’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역시 보조적 설에 불과합니다.


한자와 어원 분석

‘고자질’은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고자’는 ‘알릴 고(告)’와 ‘놈 자(者)’로, ‘알리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질’은 ‘하다’의 옛말에서 온 접미사로, ‘행동’을 의미합니다. 즉, ‘고자질’은 ‘알리는 행동’이라는 뜻이 됩니다.


시대에 따른 의미 변화

조선시대에는 ‘고자질’이 단순히 비밀이나 사실을 윗사람에게 알리는 중립적 의미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친구나 동료 사이에서 신뢰를 깨뜨리는 부정적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고자질’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

  • 진시황 시대 환관 조고(趙高)와 관련된 설화도 있습니다. 조고의 아들(高子)들이 권력을 위해 앞다퉈 윗사람에게 비밀을 알리는 모습에서 ‘고자질’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는 설도 있죠.
  • ‘고자’라는 단어 자체가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의 이름이기도 했지만, 이와 ‘고자질’의 직접적 연관성은 없습니다3.

결론 : ‘고자질’의 진짜 의미

‘고자질’의 ‘고자’는 본래 ‘알리는 사람’이라는 뜻의 한자어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가장 신뢰받는 설입니다. 내시(환관)나 창고 관리인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는 부차적 해석에 가깝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고자질’은 남의 비밀이나 잘못을 일러바치는 부정적 의미로 굳어졌지만, 그 뿌리는 단순히 ‘알리는 사람의 행동’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일상에서 무심코 쓰는 단어 하나에도 이렇게 다양한 역사와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사실, 새삼 놀랍지 않나요? 다음에 누군가가 ‘고자질’이란 말을 쓴다면, 그 안에 담긴 깊은 어원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